[뉴스경북=9월의 詩] 도래솔은 말이 없네 - 詩 권태인

  • 등록 2016.09.12 11: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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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솔은 말이 없네

 

아청/권태인

 

이울어가는 사시랑이 몸으로

우리 꼬두람이 잘 되게 해 달라

가없이 빌고 또 빌며 사로 자던 어머니

 

어느 봄, 하얀 꽃내 날리던 날

꽃보라 맞으며 흰여울 건너서

아버지 곁 한 송이 꽃으로 잠드셨네

 

내남없이 사랑을 말하지만, 그보다 깊어

별글로도 다 말하지 못할 다솜이여

 

애옥살이에 너널 하나 없어도,

매나니로 주린 배를 달래면서도

덜펵진 밥은 꼬두람이 몫이라던 어머니

 

잊어서 안 될 흐노니 깊어갈수록

애면글면하던 얼굴 잊힐까 저어하여

잔달음으로 늘솔길 지나 찾아 왔지만,

 

해찬솔은 사랑 노래 멈추었고

흰추위 이겨온 도래솔은 말이 없네

 

 

 

무덤가 소나무는 말이 없네

 

아청/권태인

 

점점 쇠약해져가는 가냘픈 몸으로

우리 막내 잘 되게 해 달라

끝없이 빌고 또 빌며 자는 둥 마는 둥 주무시던 어머니

 

어느 봄 하얀 꽃향기 날리던 날

바람에 날리는 꽃잎 맞으며 말고 깨끗한 여울 건너서

아버지 곁 한 송이 꽃으로 잠드셨네.

 

모든 사람이 사랑을 말하지만, 그보다 깊어

별처럼 아름답고 빛나는 글로도 다 말하지 못할 어머니의 사랑

 

쪼들리는 살림살이에 솜 덧버선 하나 없어도

맨밥으로 주린 배를 달래면서도

푸짐한 밥은 막둥이 몫이라던 어머니

 

잊어서 안 될 그리움 깊어갈수록

약한 몸으로 힘을 다하시던 얼굴 잊힐까 두려워

뛰듯 늘 솔바람 부는 길 지나 찾아왔지만

 

푸른 소나무는 사랑 노래 멈추었고

한겨울 추위 견뎌온 무덤가 소나무는 말이 없네

 

 

 

[뜻풀이]

 

이울어가다  - 점점 쇠약해 지다

사시랑이     - 가냘픈 사람이나 물건

꼬두람이     - 막내

가없다        - 끝이 없다

사로자다     - 자는 둥 마는 둥하게 자다

꽃내음        - 꽃향기

꽃보라        - 떨어져서 바람에 날리는 많은 꽃잎들

흰여울        - 물이 맑고 깨끗한 여울

내남없이    - 너나 다른 사람이나 다 마찬가지로

별글           - 별처럼 아름답고 빛을 내는 글

다솜           - 애틋한 사랑

애옥살이    - 가난에 쪼들리는 고생스러운 살림살이

너널           - 추울 때에 신는 커다란 솜 덧버선

매나니        - 반찬이 없는 맨밥

덜펵지다    - 푸지고 탐스럽다

흐노니        - 누군가를 굉장히 그리워하는 것

애면글면     - 약한 힘으로 무엇을 이루느라고 온갖 힘을 다하는 모양

저어하다    - 두려워하다

잔달음       - 걸음의 폭을 좁게 잇달아 떼어 놓으면서 바삐 뛰는 걸음

해찬솔       - 햇빛이 가득 차 더욱 푸른 소나무

흰추위       - 온누리가 눈과 얼음으로 얼어붙은 한겨울의 추위(추위를 빛으로 형상화한 말)

도래솔       - 무덤가에 죽 늘어선 소나무

 

 

작가 권태인

 

 

현 안동경찰서 풍산파출소 근무

시인/수필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사)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가 시행하는
'순우리말 글짓기 전국대회'는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한글이 만들어진 지 570년을 기념하여 전국 공모전을 개최했다.

 

뉴스경북에 실린 기사 본문

http://www.newsgb.co.kr/news/article.html?no=9125

 

 

 

 

 

 

 

 

 

 

 

취재국/김승진 기자 기자 newsg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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