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인 이위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문학=뉴스경북/김승진 기자]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이후 15년 만에 발간된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은 이전 시집에서 보이던 고향을 등진 자의 비극적 도시체험에서 벗어나,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시선을 비친다. 이런 시선으로 인해 그의 시는 ‘연애시’가 되면서도, 죽은 자들에 대한 ‘추모시’와 ‘사회 참여시’의 성격을 함께 드러낸다. 이런 위무의 시선과 사유가 읽는 이의 마음에 따라 만화경 속의 상처럼 변화하며 읽는 이를 감싼다.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 괴로운 사람, 사회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듬어 안는 따뜻한 시선을 언어에 안착시킨 이번 시집은, 15년이라는 시간을 통한 그의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시집의 특징은 시인의 추억에 의해 재구성된 이별의 모티프가 중심이며, 그것이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그로 인해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절망감이 중첩되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대의 소박한 저녁 밥상에도/ 축복 받은 달빛 한쪽,/ 모서리마저 이울지 않게/ 옆에서 지켜봐주게”(「그대 잘 계시는지」), 또는 “사람의 손길이 잠시라도 뜨면/ 언제 들어갔는지 자신의 터를/ 제 마당으로 삼아버리는” 저녁 밥상이나 개망초 등에게서 “의미 없음에도 존재하는 엄연함”(「개망초」)을 발견한다. 세 편의 ‘상처’ 연작시가 보여주는 것과 같이 이별과 상실이 자아내는 그 쓸쓸함과 그 외로움, 그리고 그 가치에 대해 시인은 애도의 형식으로 상처를 깊게 삭여 부드럽지만 간절한 목소리로 떠나간 님의 자리마다 꽃을 뿌리듯이 애타는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타인을 향한, 타인의 내부로 숨어들어가는 아름다움과 맞닿아 있는 슬픔의 언어로 나타나 타자가 함께 서로를 위해 울어주는 연시를 통해 형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향은 현재의 시간과 행복하게 만나는 추억의 끈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불화로 끊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낮게 자세를 낮추고 바라보면 그 불안한 동거 속에서 내 안의 새로운 것들을 깨어나게 하는 새로운 발견들이 넘쳐난다. 시인은 그러한 고향과 상처를 입은 존재들에게 이 시집에서 사랑과 애도의 노래를 건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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