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경북=기고]
어둠 속의 100분,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꾸는 시간
배 은 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북지사 인턴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 눈을 감은 것인지 뜬 것인지 분간이 안가는 공간, 그곳에서 앞으로의 생활을 이어나가며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까?
이것은 하루 종일 어둠만 존재하는 판타지 소설 속 배경도, 두려움과 호기심이 공존하는 미지의 우주 세상도 아니다. 바로 우리 주변 시각장애인의 삶이다.
여기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시각장애인 체험관이 있다.
필자가 방문한 청주 ‘어둠속의 동행’ 프로그램은 100분간 빛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어둠속에서 네비게이터의 안내에 따라 시각 외 후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여 실제와 같은 도심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 예매에서부터 집 문을 나서 대중교통을 타고 영화관에 도달하는 과정까지의 모든 구간을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에 의존해야 한다.
처음 어둠속에 들어왔을 때, 마치 북적이는 놀이공원에 홀로 버려진 아이와 같은 기분이 들어 의지할 곳 없이 두려운 마음이 가득했다. 시각 외의 다른 감각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계속해서 시각에 의존해 무엇인가 보려고 애쓰다보니 약간의 두통과 어지러움까지 느끼게 되었다. 편안히 눈을 감고 다른 감각을 느끼라는 네비게이터의 안내를 듣고, 눈이 아닌 귀, 코, 손끝 등을 이용하여 시각장애인의 삶 속으로 잠시나마 들어가 보았다.
체험을 마치며, 시각 없이 살아가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고 두렵지만, 장애를 한계라고 단정 짓지 않는 사람들과 환경만 있다면 시각장애인들도 충분히 비장애인과 동일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느꼈다.
특히, 시각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미술 작품 감상 또한 충분히 손끝으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체험 속 전시회 방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손끝으로 하나의 작품을 오랫동안 만지고 느끼면서 눈으로 수십 개의 작품을 본 것보다 더 기억 속에 오랜 여운으로 남아있는 것을 느꼈다.
시각이란 일상생활 모든 곳에 쓰이는 유용한 감각이지만, 시각이 없다고 해서 남들과 같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모든 것을 처음 접할 때, 비장애인보다 익숙해져가는 과정이 조금은 더딜 수 있지만, 한번 습득하면 그들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시각장애인 나아가 모든 유형의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인이라서 못해.” 라며 장애 자체를 한계로 단정 지어 틀 속에 가두어 버리는 우리의 선입견을 이제는 비장애인·장애인 구분 없이 개개인의 능력차이로 인정해야 할 때다.
이번 주말, 100분간 어둠 여행을 직접 체험하며 주변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것에 앞장서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