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입니다.
구선암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면 아직은 이른 시간임에도 일상을 시작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새벽을 깨우고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행복을 열어가는 소리를 마음으로 듣습니다.
점점 밝아오는 세상의 아침은 그렇게 소박함과 아름다운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분주함으로 시작되고 오늘도 많고 많은 사연과 이야기들을 만들며 살 것입니다.
침실에서 일어나, 아직 이부자리 속에서 잔뜩 웅크린 채 잠든 척 하는 아이들을 학교에 늦다며 서둘러 깨우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조간신문을 움켜쥐고 화장실로 가는 아빠…보는 사람 없어도 홀로 밤새 일어난 일과 새로운 소식을 토하듯 쏟아내는 T.V…그렇게 우리의 아침은 행복을 꿈꾸며 시작됩니다.
오후가 지나고 각자의 일상을 마무리 하는 저녁, 정신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문득 고개를 들면 어느 사이에 해는 지고, 자신에게 내일은 행복 할 거라는 믿음을 되뇌이며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작은 집이라도 가져보자는 소망 하나 빌며 살아가는 소박하고 착한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건강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친지와 주변 이웃들에게 늘 밝고 친절한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마음을 다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따뜻함으로 손 내밀어 그들에게 힘이 되려한 착한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사람들과 나 사이의 오래된 불신의 벽을 신뢰와 믿음으로 바꾸어 가려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바로 당신이 아름다운 사람이며 당신이 당신 자신의 주인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기심과 욕망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이웃을 이간질하며 탐욕과 추악함으로 더러워진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습니다.
아직 여리고 여린 아이들을 납치해 살해하고, 사람들을 협박하고 조소하며 위협 하면서도 아무런 일도 아닌 듯 당연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공공기관에서 마련한 시민 모두의 공유물이 자신의 것이 아님에도 나의 것인 것처럼 가져가 아무렇게나 쓰다 버려버리고, 당연히 국민으로서 해야 할 책임과 의무는 저 버린 채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들…
온통 자기 자신만을 위해 세상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며 사람 아닌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나는 슬픈 얼굴로 안타까운 연민을 보냅니다.
세상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시간과 자연, 맑은 아침과 휴식할 수 있는 오후 그리고 가족과 소중한 벗, 이웃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저녁을 말입니다.
현재 내가 태어난 환경은 자신의 과거 한 때, 스스로 인연지어 만들어 낸 결과의 총합체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따라서 내일과 미래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지나온 과거는 현재의 나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변화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과거에 매달리면 현재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꽃이 피는 봄을 찾아서, 산 넘고 강 건너 짚신이 다 해지도록 찾아 헤매다 낙담하여 집으로 돌아와 보니 자기 집 담 밑에 코를 찌르는 매화꽃 향내가 진동하는 봄이 가득하더라는 옛사람의 깨침처럼, 바로 당신이 세상의 주인인 것입니다.
그러함으로 당신에게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당신 자신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생각으로 가득 하다면 당신에게서 아름다운 향이 가득 할 것입니다.
당신 자신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비탈진 산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오솔길 옆에 안절부절 못하며 겨울을 움츠리고 살았던 작은 생명들이 푸릇함으로 고개를 내밀어 인사합니다.
풀 숲길을 걷다가 침묵으로 뭇 생명을 길러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에게 두 손을 모으고 자비를 구합니다.
오늘이 나의 마지막 인 것처럼 여기며 나의 삶을 산다면, 덧없는 욕망과 집착을 내려놓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아름다운 향기를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탐욕에 물든 사람은 애욕의 물길을 따라간다.
거미가 스스로 지은 그물에 따라가듯이,
어진 사람은 이를 끊고 애착 없이모든 고뇌를 버리고 가나니.
생존의 피안에 도달하고미래와 과거로부터 벗어나라.
현재의 번뇌를 떠나라.
마음이 모든 곳에서 해탈하면그대는 다시 낳고 늙음을 받지 않나니.
<법구경에서>
구선암 뜨락에서 능암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