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경북=12월의 詩]
밥풀
詩 이상백
밥이 뭐냐고 물어 보는데
논바닥 벼이삭으로 서서
비를 쭐쭐 맞으며
대답하지 못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생각했다
다시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까
숭늉으로 가라앉은 밥풀까지 먹으려고
단번에
물부터 마시고
허기진 날을 가득 채우면서도 잊지 않았다
아니
물도 아니고 밥도 아닌
그 뿌연 날들에
풀기 없이 오르락내리락
뒤섞여 뭉개져버린 때도 있었지만
나는
한솥밥 사무실 귀퉁이
밥그릇 뚜껑에
오롯이 붙어 있었다
이제야
밥그릇에 밥풀이 고봉으로 가득한데
밥이 뭐냐고 물어보던 사람들
가고 없다
*시인 이상백 시인의 신작 시집이 '푸른 사상사'에서 '푸른시인선2'로 발간되었다
*시인 이상백
서울출생
'물의 여행' 나의 어린 왕자''바람풀이''슬픔, 그것은 너를 만나기 전의 일이었다''미술시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