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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치중심적 선택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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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뉴스경북)

정보를 얻는 데 주력하라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그중 핵심 정보 확보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상대방에게 솔직하고 정확한 나의 정보를 제공하면서 상대방이 가진 정보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만나보고, 대화를 나누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최대한의 정보를 얻어야 한다.

 

숱한 단점들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나의 자랑거리가 하나 있다. 누구를 만나던지 질문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때와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궁금한 것은 참을 수 없다.

 

자동차 딜러 시절, 본사에서 진행하는 세일즈맨을 위한 교육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강사님은 수년간 전국 5위 안에 드는 탑 세일즈맨이자 본부장 출신의 노련한 세일즈 강사였는데, 칼 같은 시간관리와 겸손한 자세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제시간에 착석하지 않거나 삐딱한 자세로 앉아서 졸고 있는 교육생들에게는 강한 일침을 날리며 밖으로 내쫓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ISG System(공회전 제한 시스템)이 막 상용화되던 때였는데, 개인적으로 ISG System이 개발된 이유와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신뢰가 별로 가지 않았기에 무척 궁금했다. 운전을 하다 보면 정지신호에 걸리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시동이 꺼지고 켜지는 과정에서 연비절감이 얼마나 이루어지겠으며, 잦은 시동 꺼짐과 켜짐으로 인해 발생되는 매연도 문제지만 점화 플러그의 불꽃 점화가 잦아질수록 고장 발생률도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게 당시 내 생각이었다.

강의가 마치고 난 뒤 강사님이 질문이 있으면 질문을 하라고 이야기했고, 나는 퀭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세일즈맨들 사이에서 손을 들었다.

 

"어떤 게 궁금합니까?"

"ISG 시스템이 조금 궁금한데요. 시동이 꺼지고 켜지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매연도 있을 것이고, 잦은 작동에 의해서 퓨전(당시 적절한 단어가 기억나지 않아서 대충 둘러댔다.)이 노후되는 문제점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합니다."

   

전문용어를 사용해가며 이야기해주셨기에 우리가 나눈 대화들이 어떤 내용들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질문의 의도가 어떠했던지간에, 내 질문에 그 강사님이 무척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강사님은 강의시간마다 내게 적절한 질문과 의견을 요구했는데, 그 때마다 나는 강사님에게 내가 생각하는 의견과 질문들을 내놓았다. 2리터짜리 물통을 들고 다니면서 물을 마시던 내게 "물을 많이 마시면 건강에 좋지요. 젊은 분이 물을 많이 마시는 걸 보니 참 좋네요."하고 칭찬을 해주었는데, 덕분에 교육기간동안 동기생들 사이에서 내 별명은 '워터킹(water king)'이 되었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그 강사님과 굉장히 가까워질 수 있었고 관련 업종에 대해 많은 정보들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는 마음으로 사람을 얻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세일즈교육 마지막 날, 함께 교육을 받던 사람들과 숙소에서 치킨에 맥주를 주문해서 뒷풀이를 하고 있었다. 당시 사내규정상 내부에서 야식을 먹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온전히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었다.

 

한참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는데 갑자기 숙소를 담당하는 강사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다행히 치킨과 맥주를 숨겨놓고 먹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쫓겨날 뻔했다. 강사는 얼른 정리하고 취침하라고 이야기한 뒤 밖으로 나갔고, 함께 술자리를 갖던 사람들 역시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나중에 시간내서 한 번 식사자리를 가집시다."하고 이야기하며 자리를 정돈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커다란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갖다 넣으려고 쓰레기와 재활용을 분리해서 들고 나온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아뿔싸! 좋은 마음으로 자리를 정리하고 나서는데, 문 밖에 강사가 서 있었다. 치킨뼈다귀가 담긴 까만 비닐봉지와 다 먹은 맥주병을 들고 있는 우리를 보는 강사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당신들 뭐야! 이따위 정신으로 무슨 교육을 받으러 와? 당장 나가. 당신들은 다음 차수에 다시 교육 받아!"

"죄송합니다. 저희도 좀 아닌 것 같아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요."

"안 돼. 당신들은 정신이 썩었어. 지금 숙소 가서 짐 다 싸서 나와. 지금 당장 지역으로 돌아가!"

 

10대 학생도 아니고 성인들인데 몇 마디 하다 말겠거니 생각했던 것과 달리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졌고, 날카로운 강사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 장난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역으로 돌아가면 다음 차수에 강의를 들으러 와야 한다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본사 세일즈 워크샵에서 술마시다가 걸려서 징계를 먹는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지점이 발칵 뒤집힐 만한 사건이었다. 지점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몰라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 때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함께 술자리를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두둔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강사님. 그럼 여기 준우씨는 좀 빼주십시요. 이 사람은 술도 안 마셨고 담배도 안피웠습니다. 저희가 술 마시고 담배 피울 때 이 사람은 치킨만 몇 조각 먹었습니다. 이 사람은 잘못 없는데 이 사람이라도 용서해 주십시요. 저희는 벌 받겠습니다."

 

함께 세일즈 교육을 받던 사람들은 대부분 30대였고, 40대에 접어든 분들이 두어 명 정도 있었다. 교육기간 동안 형, 동생 하며 지내던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었지만, 세일즈 업계에서도 까다로운 고객층이 많기로 유명한 자동차 세일즈업계의 특성상 대부분 상당한 자존감과 강한 성격들을 갖고 있었다. 소심하고 말주변이 없는데다 술을 전혀 하지 않는 나는 배가 고파서 치킨만 몇 조각 집어먹었을 뿐인데, 고작 그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두둔을 받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중에 어떤 형님 한 분은 내게 찾아와 머리를 조아리며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워터 킹."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그런 우애, 혹은 서로에 대한 배려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강사님 우리를 지점으로 돌려보내는 대신 차근차근 설명해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는 훈계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나 쌓았다고 생각할 만한 추억거리가 우리 모두에게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 때의 경험을 되짚어보면서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배울 수 있었다. 그것은 신뢰할 만한 상대방과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실력을 인정 받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라고 알려진 사람과 내가 적절한 질문과 대화를 통해 관계를 형성한 것이 함께 교육받은 분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게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나는 날카롭지만 겸손한 자세로 우리를 다독인 강사님과 좋은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고, 나와 함께 교육을 받은 동기들은 나를 앞세워 그 '위험한 순간'을 무마할 수 있었으니, 어쩌면 나나 그들 모두에게 유익한 경험이자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가 쓴 슈독(shoe dog)은 나이키의 역사를 담은 그의 자서전이다. 자기미화의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 때문에 개인적으로 자서전을 즐기진 않지만, 최근 지인을 통해 접하게 된 슈독을 통해 놀랍게도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그런 나이키, 아무리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워보이는 옷이나 신발이라도 마크 하나만 박으면 그대로 명품을 만들어버리는 그런 나이키, 수많은 리트로와 콜라보 상품들을 만들어내며 출시되는 족족 매진행진을 이어가는 세계최고의 스포츠브랜드인 나이키의 시작은 그야말로 보잘것없는 시작에 불과했으나, 다양한 질문과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 협상의 기술을 토대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스포츠 기업을 설립했다는 사실 덕분이었다.

 

필 나이트는 상당히 뛰어난 협상가였다. 무엇보다 질문에 능했고, 적절한 대화로 상대방의 yes를 이끌어낼 줄 아는 거물이었다. 비단 나이키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은 수백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시킨 인스타그램의 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뿐만 아니라 지포스의 닉 스윈먼, 슈퍼잼의 프레이저 도허티도 모두 작은 시작을 성공으로 일군 기업가들이었다. 중학생이 잼을 만들어 팔면 얼마나 팔겠는가? 신발 몇 켤레 판다고 큰 기업가가 될 수 있는가? 사진첩 앱을 만들어서 수백억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 그럼에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는, 놀라운 기업가들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들은 아마도 훌륭한 질문과 대화를 바탕으로 성공을 일궈내는, 이 시대의 위대한 협상가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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